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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미담]내가 본 촛불은 그랬다

마소독점 | 2016.12.30 11:59 | 조회 2080 | 공감 4 | 비공감 2
지난주 9차 촛불이 있던 날, 나는 대학후배를 5년만에 촛불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30분정도 일찍 도착해서 이순신 동상 앞을 돌아다니다가 남은 시간 광화문역 9번출구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사람구경을 하고 있었다. 동상 앞에 서명 등등이 많았는데 가까이 다가가 구경하기엔 좀 민망해서 먼발치에서 흘끔흘끔 보고 있었다.
이석기 석방서명도 있었고 18세 참정권확대 서명도 있었고 어떤 중학교 학생들이 나와 세월호 퍼포먼스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전 주(8차)에 이미 이석기 석방서명에 참여했다. 대자보를 보고 박노자 교수 글을 보며, 내가 이 사건을 너무 쉽게 기억에서 지웠구나 부끄러워졌고, 뒤늦게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 서명에 참여했다. 그때 서명대도 참 컸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많이 서명에 참여했던 것 같다.

그날에 비하면 9차 촛불의 서명대는 좀 작았고 청년들도 학생으로 보이는 남성, 여성 2명 딱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목청껏 외치고 있었는데 참 추워보였다. 조중동 어느 신문에선가, 석방운동 하던 청년이 누군가에게 맞아서 다쳤다는 이야기도 듣고 마음도 안좋았는데 안쓰러워보였다.
그때 한 키 큰 청년이 와서 내 옆의 가판에서 스마트장갑 두개를 샀다. (왜 그런 걸 기억하냐면? 그 청년이 참 잘 생기고 키도 커서 눈에 딱 띄었다.ᄒᄒ 통로확보하려고 바닥에 테이프붙이고 있었으니 아마 촛불자봉단이었던 것 같다.) 그 장갑을 갖고 청년은 서명대에 가서 두 명의 학생들에게 건네주는 것이다. 아. 그때서야 나는 알았다. 이 날씨에 학생들 장갑도 안끼고 있었구나. 학생들은 너무 고마워하며 감사하다고 연신 인사를 반복했다. 촛불에서 넘쳐나는 미담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마음이 참 따뜻해졌고, 내가 먼저 장갑을 사주지 않은 것이 미안했다.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다른 것도 아니고 박근혜가 고통의 원인인데.) 박근혜 퇴진의 광장에 나와 외치는 것이 왜 문제가 될까. 마음이 따르는 대로, 때론 뜨겁게 힘보태주거나 때론 마음으로 응원보내줄 수 있지 않을까. 조용히 장갑을 주고 지나간 잘생긴 청년의 마음이 나는 촛불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을 가진 이들에 비하면 가진 것 없는 우리들은 따뜻하게 손잡아주는 것이 비할 수 없는 무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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